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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체벌은 사랑의 매가 아니라 습관성 폭력이다

PD수첩 체벌관련 보도를 보면서 든 생각은 현재 체벌 상황이 심각하구나 라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밝혀지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해서 이제야 제대로 된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구나였다.

수년전 학생들이 교사을 폭행하는 사건을 보면서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라는 생각보다 드디어 복수전이 펼쳐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유없는 폭력을 당하던 학생들이 드디어 반기를 든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 미친 놈 다 보겠다고 악담을 해도 상관없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정도 이해를 할거라고 생각하기에...

PD수첩에는 우유를 마시고 이름을 적어내야 하는데 늦게 적어내다가 우유를 마시지 않은 것으로 오해를 받아서 뺨을 맞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그 때 충격으로 우유를 마시면 그 선생이 생각나고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평생 그 아이의 머리에 남아 그 아이를 괴롭힐 것이다. 이건 절대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에 국어 시험 문제에 단지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의 그 두꺼운 손에 뺨을 맞아야 했다. 내가 답을 달지 않은 이유는 문제가 잘 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때 그 교사는 나의 양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 갈겼고 난 코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지혈을 하지도 못한채 한시간을 꿇어앉아있어야 했다. 정말 억울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고, 집에 가서 말도 하지 못하였다. 난 그때 문제가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주어진 문제에 □□ 과 □□를 채워넣는 주관식이었고 답은 '오성과 한음'이었으나 문제는 절대 그 답을 요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내 인생에 엄청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 교사의 이름, 시험문제, 그때 상황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벌써 26년전 일인데도 말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나는 반장이었다. 담임교사의 부재로 학생들을 조용히 시켜야했으나, 그시절 말 듣는 애가 있을리 없지 않은가?  그때 바로 옆반 교사가 찾아와서 반 애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반장이 대표로 맞아야 한다며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얼마나 후려갈겼는지 그 이후로 떠드는 반아이는 아무도 없었으며, 오히려 여자애들은 겁을 먹고 울먹이기까지 했고, 너무 억울해 눈물이 흘러 내리는 나를 다독여주었다. 이 역시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고 집에도 말하지 못하였다.

중학교2학년때 미술선생은 노처녀였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그리고는 노력의 차이가 아니다. 미술은 원래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못그렸다는 이유로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집어넣고 주리를 틀어서 멍들게 했고 눈꺼풀을 꼬집어 멍들게했으며, 귓볼을 접어서 손톱으로 비틀어 피멍이 들게 했다. 소리나지 않지만 온갖 가혹한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혔다. 이 체벌은 결혼하고 애를 낳고 난 다음에 멈췄다. 자기 애가 소중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고등학교2학년때 자율학습 시간에 감독을 하겠다고 들어온 교사는 만취상태였다. 술먹고 들어와서는 몽둥이 하나로 이유없이 온갖 애들을 후려 갈기고 갔다. 그 역시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였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또 영어교사 중에 이유없이 사람 뒷통수를 후려 갈기고 장난이라고 쪼개고 다니는 자가 있었는데 반년을 그렇게 당하던 애가 너무 화가 나니까 혼잣말로 '시발'이라고 중얼거렸다는 이유로 복도로 끌려나가 죽도록 맞았다. 정말 죽도로 맞았고 이일은 문제가 되어 학부모가 학교까지 찾아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교련시간에 구령에 맞춰 움직이다가 한 아이가 넘어지자 웃었다는 이유로 돌려차기로 얼굴에 적중시켜 고막이 터져서 병원에 실려간적도 있다. 이는 병원에 실려갔기에 문제가 되었고 역시 학부모가 찾아와서 시말서를 쓰고 나서야 무마가 되었다.

이외에도 셀수 없이 많은 체벌을 빙자한 구타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야 휴대폰에 의해 촬영되고 공개되고, 고소 고발이 이어지면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어느 교사가 그랬듯이 체벌을 하는 사람은 습관적이라고 했다. 스스로 그행동을 교육의 방법으로 정당화하고 때린다는 것이다.

체벌은 사랑의 매가 아니라 습관성 폭력이고 자신의 감정의 표출일 뿐이다. 나도 애를 키우지만 내가 애를 어쩌다 때릴때도 그건 사랑의 매가 아니다. 도저히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한 화난 감정의 표출일 뿐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폭행을 일삼는 것도 문제지만, 교사가 이유없는 체벌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조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유를 마시다 이유없이 맞은 그 아이가 나중에 중학생이고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교사를 폭행하게 된다면 도대체 누구를 탓할 것인가? 교권의 추락은 어쩌면 일부 몰지각한 체벌을 일삼는 교사가 만들어 놓은 자업자득의 결과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