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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

에쿠니가오리 '도쿄타워'를 통해 본 여자 심리

일단 이 책은 무슨 내용인가?
남자 스물, 사랑을 가르치다. 여자 마흔,사랑을 배우다.
도쿄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스무 살 소년들의 조금 특별한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특별하다고 함은 사랑의 상대가 모두 유부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머니의 친구이거나, 친구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문득 난잡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런 소재를 바탕으로 참 깔끔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그럼 이 책에서 본 여자심리는 어떻다는 것인가?
단순하게 이 책의 등장인물들에 국한하여 그렇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여자심리를 표현해 내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여자심리를 보여주면서 일종의 묘한 경고장을 보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면 조심하거나, 진정 사랑한다면 지켜내야할 것들을...

시후미
이 책의 여주인공이며 스무 살 토오루와 사랑을 나누는 관계이다. 마흔 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모와 교양이 있는 매력적인 여성이며, 토오루가 가지지 못한 자유와, 자기 소유의 가게와, 남편을 가지고 있다.
시후미는 스무 살 토오루가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그를 유혹한다. 스무 살 또래들이 가지지 못한 재력과 경험으로 말이다...그 결과 토오루는 그녀가 읽은 모든 책을 읽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녀와 소통하려 하고, 그녀가 누리는 것을 함께 누림으로써 행복해 한다. 토오루는 그것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후미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동경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시후미의 노골적인 유혹인 것이다.
시후미는 자기가 가진 것 중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 속에서 생기는 틈새에 토오루를 만나고 있는 것 뿐이다. 남편과 계획된 별장의 여행에서도 남편이 도착하기 전 1박을 함께 할 뿐이고, 남편과 함께 참석한 모임에서도 잠시 사랑의 미소를 보내줄 뿐이다. 하지만 토오루와 함께 할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준다. 그러니 토오루는 그녀의 부재가 많이 서운하면서도 그녀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참 지능적으로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녀는 그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키미코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스무 살 청년 코우지의 애인이다. 키미코 또한 유부녀이며, 사랑이라고 하지만 지극히 섹스와 관련하여 만나고 있는 관계이다. 쉽게 말하면 엔조이 상대쯤...
그녀는 스스로를 꽤 괜찮은 주부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그녀는 밤에 코우지를 만나려 외출하지 않는다. 왜나하면 남편이 퇴근 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꽤 괜찮은 주부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미코는 시후미처럼 코우지를 완전히 가지진 못했다. 코우지는 바람같은 존재...그녀가 만나고 싶어할 때 코우지는 만날 수가 없다. 그것이 키미코를 집착하게 하고 어린애처럼 만들고 난폭하게 만든다. 자신의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코우지에게는 포기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못하는 코우지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결국에는 이별을 통보한다. 자기는 포기못해도 상대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여자의 마음인가?

유리
코우지의 동갑내기 여자친구이다. 코우지가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던만큼 유리 또한 코우지를 믿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코우지의 신뢰할 수 없는 행동들로 인하여 그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집착하게 되고 화를 내게 되고 저돌적인 행동도 일삼는다. 아무리 착한 여자라도 신뢰가 무너지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요시다
어쩜 참 비운의 여자이다. 요시다는 코우지가 애정행각믈 벌였던 유부녀의 딸이자 코우지의 친구이다. 코우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엄마를 원망할 뿐이다. 엄마에 대한 원망은 불쌍한 아버지때문이라고 한다. 요시다는 코우지에게 딱 하루 정식으로 섹스를 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도 정식으로 프로포즈하는것처럼 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난 요시다의 그 마음이 용서하지 못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우지와의 섹스를 통해서 사랑에 빠져버린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이나 감정은 모드 제각각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하다거 불쾌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깔끔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고, 마지막 결론이 허무하긴 했어도 보는 내내 궁금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단지 사랑이라는 감정앞에 누구는 냉정할 수 있고 누구는 한없이 무너질 수 있고, 누구는 이용할 수 있고, 누구는 당할 수 있고....그런 다양한 사례(?)들을 잠시 엿보았다고 할까....

에쿠니가오리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졌다. 괜찮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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