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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영화 '집행자'는 보고 나면 찝찝하다는 생각만 든다.

누가 이 영화 어떠냐고 물어보면 "추천하기는 좀 그렇고 보고 나면 좀 찝찝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감히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별로냐고 물어본다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단지 개운하지 않은 뒷 맛 때문에 추천할 엄두가 안나는 것 뿐이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부터 사형집행 찬반에 대한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였으나 사실은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모든 결론은 관객에게 숙제로 남겨줄 뿐...

그럼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사형수는 정말 나쁜 놈이고 죽어야 마땅한 쓰레기인가?

이 영화는 극명하게 다른 사형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형 집행에 따라 결과적으로 똑같은 사형수의 모습이지만 한명은 우발적 강도살인으로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자 평생 노력해 온 인물과 또 다른 한명은 연쇄 살인범으로 자신의 죄를 인식조차 못하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사형수라는 똑같은 꼬리표를 달았지만 두 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서류상에 표기되어 있는 '사형수' 세글자로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중간에 교도관이 자신이 사형집행을 한 사람 중에 나중에 무죄로 밝혀진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형수는 그냥 대표명사일 뿐이지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사형수를 용서하는 사람이 있을까?

부녀자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집행을 받은 인물에게 한 여자가 면회를 온다. 그 여자는 살해당한 사람의 언니이다. 그녀는 그를 용서하겠고 한다. 사형집행을 면하게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은 용서가 아니었다. 그가 사형집행이 되면 그녀 또한 그를 죽게한 것이기에 자신도 똑같은 살인자가 되는 게 죽기 보다 싫었기 때문이었다.

즉 죄인을 용서하는 것은 우리가 감히 상상도 못할 넓은 마음인 것이 아니라 자신 또한 똑같이 더럽혀지고 싶지 않은 인간 본성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형집행제도의 진정한 피해자는 교도관이다??

연쇄살인범이 사형집행전에 교도관들에게 말한다.

" 난 이제 여기서 끝이지만 너희들은 앞으로 계속 죽일 것이다."

사형집행 교도관은 합법적 살인자다. 이 영화는 사형집행 때문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자, 첫 집행 후 환청으로 인하여 정신적 착란 증세를 겪는 자들을 통하여 사형집행제도의 진정한 피해자는 교도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점점 거칠게 변해가는 순진한 교도관과 냉혈한 교도관의 처음 순진했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술에 취한 한 교도관이 말한다.

" 시발 왜 시키는데로 했는데 지랄이냐고....왜 시키는데로 했는데 지랄이냐고....." 라고....